공사장 패널이 봄바람에도 기우뚱하는 오후 나는 나에게 질려버렸다 이 뇌는 회생이 불가하다
일주일이 삽시간에 지나갔다. 주말에 진료를 볼 수 있는 산부인과를 겨우 찾아 사후 피임약을 먹었고, 임신 불안이 극한으로 고조되기 직전에 생리 혈을 봤다. 세상엔 몹쓸 콘돔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결혼적령기로 접어 들기엔 매우 어리다는 사실도 체감했다. 적령기라는 것은 상대적인 표현이지만, 어쨌거나 나의 기준에서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
3월이 되었다. 2월은 내 생각보다도 빠르게 물러섰다. 이제 기온도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 대낮의 해가 나름 따끈하게 느껴진다. 이제 눈이 아닌 비가 내리겠지. 감동할만한 일이다. 비록 겨우내 엎질러졌던 생활의 재건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지만, 아직 갈피를 못 잡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혹은 내가 너무 급하게 괜찮아지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
생일 주간이었다.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건 기쁜 일이었다. 시시콜콜하지만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이벤트들이 소나기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생일 당일에는 조금 애를 써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피했다. 관계에서 분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생일이라는 거대한 기념일에는 쉽게 외로워질 것 같아서 일부러 친구들과 계속 점심 약속을 만들고 저녁 약...
새 옷을 살 땐 내게 매일 특별한 일이 있을 거라고 곧잘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의 일상적인 외출이라고 한다면 집 앞에 식사를 하러 나갈 때나 급하게 편의점을 갈 때,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입고 나가게 되는 건 언제나 보온에 적절한 맨투맨이나 파카 따위의 옷이다. 그래서 특별한 외출을 꿈꾸며 사들였던 옷들은 거...
자주 아랫배를 만진다. 팔과 다리는 말랐는데 아랫배만 툭 불거져 튀어나와 있으니 이티를 보는 것만 같다.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싶어 술을 줄였는데도 여전히 아랫배가 답답하게 튀어나와있다. 할 수만 있다면 모종삽으로 배를 긁어내고 싶다. 그렇다. 여전히 강박에 시달린다. 내 눈에 내 몸이 미워보이는 것은 저주다. 한평생 보고 만지고 씻고 살아야 할 뼈와 ...
별안간 일에서 잘렸고, 별안간 12월이다. 일에서 잘린 건 내 탓이 아니다. 인건비를 쓰기 싫어하는 업주가 머리 하나라도 더 내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는 차라리 잘 된 일이거니 생각했다. 12월엔 느긋하게 안식월을 갖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작년 겨울처럼 뜨개질을 시작했고 낮잠도 늘어지게 자고 있다. 밤잠을 계속 설쳐서 낮잠...
며칠 사이 날이 많이 추워졌다. 큰 빌딩 사이로 귀를 댕강 날려버릴 것만 같은 강한 바람이 분다. 목도리를 잊고 나오는 날이면 겉옷의 옷깃을 한참 잡아당겨 시린 목을 감싼 채 무릎이 부서질 듯이 재빨리 걸어야만 했다. 앞으로, 앞으로. 옷가게에서 일을 시작한지 어언 한 달 째가 되어간다. 나는 여전히 스팀 다리미가 잘 꺼졌는지 스위치의 사진을 찍고 퇴근한다...
안녕하세요, 포스타입 구독자 여러분. 혜진입니다. 기다림 끝에 정성껏 준비한 제 에세이, 넛쉘의 출간을 위한 텀블벅 펀딩이 오픈되었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한 기록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묵묵히 제 글을 지켜봐주신 구독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전의 기록들은 비공개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만 읽어보실 수 있지만, 펀딩이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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