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머리를 했다. 미용실에서 3년 전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를 마주쳤다. 나는 손을 흔들었고, 그녀는 떨떠름한 건지 어색한 건지 모를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우리는 연을 끊은 사이였다. 절교를 하자고 따로 말을 꺼낸 적은 없지만, 세입자 문제로 2019년 12월 31일에 크게 다툰 뒤 우리는 흩어졌다. 나는 합정으로 이사했고, 그녀는 친오빠의 집으로 이...
무턱대고 아무 일이나 저지르고 싶은 충동과 그렇게 하면 벌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한데 섞여 머리가 엉망진창이다. 예컨대 내 사고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면접이 있다. 그런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컵을 카운터로 돌려주지 않으면, 옷가게에서 옷을 걸쳐보고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혹은 오늘 길에 작은 쓰레기라도 버리면 (당연히 더한 짓도 할 수 있지만 그...
아는 언니가 모친상을 당했다. 나는 교회 사람들과 함께 논산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정을 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장까지는 왕복 여섯 시간이 걸렸고, 나는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자리가 정리되길 기다리는 동안, 건물 바깥에서 담배를 태우며 상도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옳은 걸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있다. 별난 일이다. 나는 30분이 넘는 영상물을 집중해서 시청하지 못한다. (하루에 극장을 세 번 갈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내가 영상물이 범람하는 OTT 서비스의 소비층이 된 이후로 급격한 집중력 저하를 겪게 된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한국드라마라면 살인적인 러닝타임 때문에 더욱 시청하길 ...
잠이 부쩍 늘었다 자정에 자서 정오에 깨는 게 보통이 되었다 잠은 죽는 연습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떠올리면 왠지 안심이 된다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모르듯이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순간을 까맣게 모르고 떠날 수 있다면 두려움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주마등이라는 걸 겪게 된다면 어떨까? 슬플까? 후련할까...
이력서를 쓰다가 포기했다 자기소개가 너무 지리멸렬했다 한 마디로 소개되지 않는 내 이름이 한때는 미웠으나 지금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되도록 잘 포장해서 적었으나 어쨌든 전문 분야가 없는 사람의 변명처럼 들렸고 이력서에 적어내기엔 너무 감상적인 글이었다 나는 이 딜레마를 오래 전에 탈출했다고 생각했다 이십대 초반 친구들은 대학에 ...
lt 돌밭에서 gt 어느 꿈 속의 나는 모난 자갈 정을 맞아도 다듬어지지 않았고 파도에 씻겨도 매끈해지지 않았다 먼 곳의 흰 모래를 보며 나는 언제쯤 가늘어지나요 나는 언제쯤 바늘 구멍에도 들어가나요 신에게 물었더니 모래 한 톨로는 성을 만들 수 없지만 돌멩이 하나로는 소원을 빌 수 있다고 그가 말했다 어느 꿈 속의 나는 모난 자갈 사람들은 나로 인해 탑을...
아침 일찍 일어난 애인이 출근을 하고 나면 나는 그가 누웠던 자리로 몸을 옮겨 여분의 잠을 청한다. 그 사이는 쓸쓸함과 기다림이 작게 공명하는 시간. 나는 잠결에 지난 밤 사랑을 나누고 속삭인 대화 속에서 무엇이 오고 갔는지, 그것을 내가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빼곡히 수를 세어보다가,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묵묵함 속에서 감은 눈에 풀을 붙이듯...
내가 하는 말은 내가 다 듣는다 그래서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매일 실언을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키스는 이마로 다가오는 키스 어제는 어쩌다보니 약 없이 48시간을 버텼다 수면을 못해 팔 다리가 저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엎친 데 덮쳐 위장장애가 오는 부인과 약까지 먹었다 토하지 않도록 생수로 속을 계속 축이고 누워 있어야 했다 잠이 오는데...
가라지세일에서 전화번호부 수첩을 500원에 샀다 생각 나는 사람들의 번호부터 차근차근 적었다 만날 기회가 있는 사람들에겐 이메일까지 물어 볼 생각이다 팩스 란에는 적을 것이 없어서 그 사람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적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버팀목, 짝꿍, 내 영원한 사랑... 이런 수식어들을 적었다 마음이 아릿했다 언젠가 수첩이 꼭 필요할 날이 올 거라고 ...
살고 싶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봄바람이 너무 좋다
성수에서 두 시간 동안 촬영을 하고 스탭들과 식사를 한 뒤 라이터를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오백원짜리 보라색 가스라이터를 사고 문 밖을 나서는데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보여 무턱대고 앉았다 테이블 위엔 종이컵에 원두 찌꺼기를 담아 만든 재떨이가 놓여있었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아마도 올해의 첫 일광욕을 했다 도로 위로 걷는 사람들과 서행하는 자동차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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